종부세 완화에 대한 주먹구구.
신두환. 안동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시인.
노무현대통령 시절 종부세 이야기가 나오면서 어떤 사람이 서울의 한 아파트를 팔았는데 그 얼마 후에 그 집값이 20%~30% 올랐다고 한다. 이때가 2005년이었다. 불과 3년 전에 터무니없이 집값이 오르고는 내리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적어도 집값이 30%는 더 내려야 한다. 거기에다가 거품으로 들어 있는 것이 또 얼마인가? 그래서 노무현대통령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차원에서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그것은 이때까지 나온 주택정책 중에 가장 강력하고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노무현의 주택정책은 성공적이었다. 이것은 그대로 두어도 될 것 같은데 이 대로 한 삼년 흐르면 될 것 같은데 왜 바꾼다는 것인가? 도대체 또 어쩌려고,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 때 그렇게 오른 가격을 그대로 지금 안정시키려 한다. 그만큼 집값이 올랐으면 그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주먹구구를 한 번 해보자. 부자들은 집값이 그대로 올라서 좋고 거기다가 세금 감면 받을 수 있어서 더욱 좋고, 이미 팔았던 사람과 다시 아파트값 내리기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얼마나 손해인가? 그리고 서민은 올라있는 집값을 고스란히 떠안고 사야만 한다. 고유가에다가 물가는 잔뜩 올라있고 경기는 어려운데 뭐 이런 정책이 다 있나? 주먹구구한 손가락이 차마 펴지지 않는다.
경제 대통령의 정책이 건설과 포크레인에서만 상상된다는 것은 문제가 좀 있다.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부동산 완화 정책은 ‘강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이고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이미 야당은 종부세 완화에 대해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제발 서민들을 자극하는 정치를 하지 말라! 또 한 번 정가가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갈 추세이다. 촛불 정국으로 민심이 이반되어 있는 가운데 여기에서 또 종부세 완화정책 같은 무리수를 두는 것은 시기가 좋지 않아 보인다. 아 왜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앙띠가 그렇게 많았는지 이해가 간다.
지금 미국의 경제 위기가 집값의 거품 때문이라고 하고, 우리 아파트들도 거품이 꽉 차 있다고 하던데, 집 없는 서민은 걱정이 말이 아니다. 집이 재산증식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고, 투기의 대상이 되어도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 각하! 청계천 풀빵 장사하던 그 어렵던 시절로 돌아가 서민의 입장에서 다시 돌아보시오. 왜 서민보다 부자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지를. 이쯤에서 부자들의 화려한 집을 떨쳐 버리고 누추한 집에서도 안락을 누리는 군자들을 따라가 보자, 당나라 시인 유우석(772~842)의 누실명(陋室銘)을 한번 읊고 가자.
산이 높지 않아도 신선이 와서 살면 유명해 지는 법이고.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와서 살면 유명해 지는 법이다.
이곳은 비록 누추한 집이나 오직 나의 덕은 향기가 난다네.
이끼 낀 계단은 푸르고 풀빛은 발을 통해 더욱 파랗고
다만 담소하는 선비가 있을 뿐 왕래하는 백성은 없도다.
거문고를 타고 불경 뒤적이며
음악은 귀를 어지럽히지 않고
관청의 서류로 몸을 수고롭게 하지 않아
남양 제갈량의 초가집이나 서촉 양자운의 정자와 같으니
공자께서도 "군자가 거처함에 무슨 누추함이 있으리오." 라고 하셨다.
누추한 동네, 누추한 집이더라도 군자가 살면 유명해 지는 법, 어찌 화려한 집을 생각하며, 게다가 투기까지 하겠는가? 이 시로 대통령을 한 번 비웃으며, 초연히 살리라. 대통령 아저씨 부자들과 잘해보세요. 서민은 물러갑니다.
논어 述而편에 “子曰 飯疏食飮水하고 曲肱而枕之라도 樂亦在其中이니 不義而富且貴는 於我如浮雲이니라” 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을 해석해보면 “공자께서는 거친 밥을 먹고 찬 물을 마시고 팔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으니 의롭지 않는 부귀는 내게는 뜬 구름과 같다.”고 하셨다. 거친 밥, 찬물, 팔베개가 부귀보다 나을 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한 방법과 의롭지 못한 수단으로 부귀를 차지하면 마음이 편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이번에 발표하는 종부세 완화 조치는 부적절해 보인다. 집값은 더욱 더 떨어져야 한다. 물론 종부세가 너무 가혹해서 세금 폭탄이라는 논란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종부세가 집값에 거품을 빼고 있었다는 것만은 인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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