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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인전-문일평

신두환 2024. 11. 10. 13:32

書朝鮮名人傳後 

                    조선명인전 영인에 부쳐.                   

                      신두환(성균관대학교 어문학부 강사)

  

 “쇠와 돌은 오래가고 먹과 붓은 인연을 생기게 한다”는 말이 있다.  南原梁氏 文襄公宗會 梁熙成 氏가 조선일보사에서 간행되었던 󰡔조선명인전󰡕을 다시 影印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귀중한 책인데, 구하기도 쉽지 않고, 또 더 이상 보관하기도 어려운 상태여서, 후진들을 위하여 사비를 들여서 影印을 한다고 跋文을 청한다. 내가 직접 책을 보니 과연 세 권 모두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이 책이 되살아나  오래가라는 의미에서 발문을 쓰려고 먹과 붓을 들고 떨고 있다.

  소설가 상허 이태준은 책을 여인에 비유하여, "물질 이상인 것이 책이다. 한 표정 고운 소녀와 같이, 한 그윽한 눈매를 보이는 젊은 미망인처럼 매력은 가지가지다. 新刊欄에서 새로 뽑을 수 있는 잉크 냄새 새로운 것은, 소녀라고 해서 어찌 다 그다지 신선하고 상냥스러우랴! 고서점에서 먼지를 털고 겨드랑 땀내 같은 것을 풍기는 것들은 자못 미망인다운 함축미인 것이다. 책은 세수할 줄 모르는 아름다운 미인“이라고 했다. 나는 이 책이 신선한 한국적 미인의 반열에 들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연이 생기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의 권두에 안재홍 선생의 언급이 있다. “조선역사는 아직도 미완성이고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올바른 저서는 부족한 편이다”는 내용이다. 나는 이 말에 공감한다.  근래의 인물연구가 편파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감이 없지 않다. 역사적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는 어떤 사람에게는 현미경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가 하면 역사적으로 비중이 있는 인물인데도 연구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없잖아 있다. 한 인물에 대한 연구가 사실위주로 공정하게 평가되기보다는 가문과 당색과 파벌을 더욱더 중시하는 선입견적인 경향이 있다. 또 그 인물에 대한 지식도 없이 남의 의견에 附和雷同하는 雷同批評이 만연되어 흑백론만 치닫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이 책은 介潔한 선비 호암 문일평 선생의 주도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고인의 말씀에 “사람은 온전한 신체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나기도 쉽지 않다. 거기에 미모를 가지고 건강하게 태어나기란 더욱더 어렵다. 기운과 재주를 가지고 태어나기란 더더욱 어렵다. 재주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때를 만나기란 더욱더 어렵다. 태평성대에 이름을 얻기란 더더욱 어렵다”라고 했다. 인물에 대한 평가를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양한 인물들이 공정한 평가를 받고 있는 人物史 한권이 아쉬운 이때 이 책의 영인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끝으로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이 확대되고 오래가기를 바라며, 감히 강호제현의 叱正으로 因緣이 생기게 되길 기다린다.

 

단기 4333년, 8.15일. 광복절. 南山과 漢江사이에서  鵝州人 申斗煥 後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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