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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환 2024. 11. 26. 10:12

죽음 무릅쓰고 왕을 꾸짖은 신하들

 
 
 
 
 
 
 
'선비, 왕을 꾸짖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지부상소(持斧上疏). 글자 그대로 도끼를 들고 가서 왕에게 드리는 상소로 '내 말이 틀리다면 도끼로 내 머리를 쳐 달라'며 목숨 걸고 상소한다는 뜻이다.

고려 충선왕 때 우탁의 지부상소는 벼슬에 있는 사람이 왕에게 올린 상소의 극단적 모범이다.

우탁은 충선왕이 선왕의 후궁을 범했다는 소문을 듣고는 상복을 입고 도끼를 든 채 대궐에 들어가 왕의 패덕(悖德)을 지적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이에 신하들이 놀라 벌벌 떨고 왕도 부끄러워 다시는 선왕의 후궁과 통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라시대 김후직이 무덤 속에서 했다는 충간은 '묘간(墓諫)'이라고 해 선비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진평왕이 사냥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자 김후직은 사냥을 그만두기를 간했으나 왕은 듣지 않았고, 김후직은 병으로 죽기 전 왕이 사냥하러 다니는 길가에 자신을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가는데 어디선가 "가지 마십시오" 하는 소리가 들렸고 왕은 묘에 얽힌 사연을 알고 크게 뉘우쳐 사냥을 가지 않고 정사에 힘썼다고 전해진다.

김후직이 생전에 진평왕에게 올렸던 상소는 현재 전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상소다.

고려말 원나라에 가서 벼슬을 하던 이곡은 원 황제에게 고려에서 어린 소녀를 강제로 공출하지 말 것을 호소해 공녀(貢女) 제도를 폐지했다.

남명 조식은 조선 명종 10년(155년) 수렴청정을 하던 문정왕후를 과부에 비유하며 직설적으로 비판한 상소를 올려 을사사화의 피바람으로 움츠러든 선비 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상소문을 올린 것은 선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헌종 12년(1846년) 평안북도 용천의 기생 초월은 임금과 조정의 관료들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사회고발 상소를 올렸다.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선비, 왕을 꾸짖다'(달과소 펴냄)는 이처럼 역사상 유명하고 중요한 상소를 골라 해설과 함께 엮은 책이다.

신 교수는 머리말에서 "상소문의 서슬 퍼런 정의감과 직설의 정직함은 오늘을 살아가는데도 절실히 필요한 정론"이라면서 "상소는 왕의 독재를 견제하기 위해 언로를 열어놓은 뛰어난 제도"라고 평했다.

그는 우리나라 상소문의 대가로 세종 때 집현전 부교리를 지낸 양성지를 들었으며 최고의 문제작으로는 용천 기생 초월이 올린 상소를 꼽으면서 "표현이 대중화됐으면서도 신랄하고 재미있다. 15세의 기생이 쓴 것으로 돼 있지만 작자가 자신을 숨긴 것 같다"고 말했다.

476쪽. 1만9천500원.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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