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비밀은 없다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ㆍ시인>
노무현 전 대통령각하 이러시면 안 됩니다. 그동안 과거사를 얼마나 비판했습니까? 얼마나 개혁을 부르짖어 왔습니까? 그게 진실로 대한민국의 국가를 위하고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위한 민주주의가 맞았습니까? 마치 자동차가 중앙선을 넘어 역주행 하듯이 많은 국민들은 당신이 집권하면서부터 너무나 혼란스러워했습니다.
국가의 정통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습니다. 당신은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습니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속여 왔습니다. 어떻게 책임을 지시겠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지난 정부의 정관계 부정부패가 법망에 걸려들었다. 검찰의 이런 조사를 두고 편파적인 수사니 불공정 수사니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편파적인 수사는 없다. 검찰이 이것을 수사하지 않고 또 무엇을 수사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법을 어긴 자들이 교묘하고 구차하게 법을 흔들어 보려는 비열한 변명이다.
논어 자장(子張)편에 “소인지과야(小人之過也)에 필문(必文)이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해석해 보면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변명을 하며 꾸며댄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과실이 있게 마련이다. 자기의 과실을 깨달으면 즉시 시인하고 잘못을 고쳐 행동하는 것이 떳떳한 것이다. 이것은 잘못을 아는 순간부터 그 허물을 고쳐 나아가서 그 잘못을 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소인배들은 과실을 범하면 고칠 생각은 않고 구차하게 변명하고, 자기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꾸며댄다. 이것은 자기의 좁은 생각으로는 자기의 허물을 변명하여 덮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상대를 속여서 치사하게 면하려는 나쁜 행동이다. 이렇게 되면 그 과실에서 영원히 못 벗어나는 것이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행동인가?
군자는 자기 과실을 변명하지 않고 시인하며 즉각 그 잘못을 고친다. 지난 잃어버린 10년 정부시절에는 야비한 소인배 정치인들이 너무 많았다. 한마디로 너무 비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 편안한 여생을 보내려고 한다면서 마치 도연명이 귀거래사 읊듯이 청렴한 척 돌아갈 때, 그는 비굴한 술수를 동원하여 법망을 교묘히 피해서 국가의 돈을 들여 집을 짓는 것을 보고 놀랐다. 무슨 아방궁을 짓는 것인가? 진정한 은퇴자는 초가삼간이면 족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참 부끄러운 행동을 하고서도 참으로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논어(論語) 위정(爲政)편에 보면 “자왈(子曰) 시기소이(視其所以)하며 관기소유(觀其所由)하며 찰기소안(察其所安)이면 인언수재(人焉瘦哉)리오 인언수재(人焉瘦哉)리오”라는 구절이 있다. 이것을 해석해보면 “그 행동하는 바를 보며, 그 행동하는 동기를 관찰하고, 그 즐거워하는 바를 살피면 사람이 어찌 감출 수 있으리오 사람이 어찌 감출 수 있으리오”라는 뜻이다. 이 말은 곧 세상에는 비밀이 없다는 말이 된다.
당신은 누구에게 검은 돈을 받았던 안 받았던 이미 양심은 순수하지 못했었다. 당신은 누구를 비판할 수 있는 인격을 지니지 못했다. 당신을 비롯해 형, 마누라, 아들, 조카사위 등 모두가 참 부끄러운 짓을 했다. 그런데도 당신의 변명은 너무나 구차해 보인다. 무슨 염치로 아직도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인가? 부정을 저지른 것이 이것 외에 진짜로 없는 것인가?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양진이 지방의 태수로 임명되어 임지로 가는 도중에 창읍(昌邑)이란 곳에서 묵게 되었다. 저녁 늦게 창읍의 현령인 왕밀(王密)이 찾아왔다. 왕밀은 양진이 형주자사(荊州刺史)로 있을 때, 그의 학식을 높이 사서 관리 등용 시험에 뽑아 준 사람이었다.
이런 왕밀을 양진은 반갑게 맞이하였다. 지나온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왕밀은 소매 속에서 황금 열 근을 꺼내어 내밀었다. 양진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양진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온화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나는 옛 지인으로서 자네의 학식과 인물을 기억하네. 그런데 자네는 나를 잊은 것 같군.” “아닙니다. 이건 뇌물이 아니라 지난날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뿐입니다.” “자네가 영전하여 나라와 백성을 위하여 진력하는 것이 나에 대한 보답이네.” “지금은 밤중이고, 방안에는 태수님과 저뿐입니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지 않는가!(천지지지자지아지(天知地知子知我知)”. 왕밀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물러났다.
양진은 후에 태위(太尉)에까지 올랐으며 그의 이 가르침은 ‘사지설(四知說)’이라 하여 지금까지도 교훈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이여 세상에 비밀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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