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 집>
敬亭
有事無忘助 어떤 일도 잊지 말고 조장하지도 말라
臨深益戰兢 깊은 못에 임한 듯 더욱 조심하라
惺惺須照管 늘 깨어있는 자세로 세상을 관조하며
毋若瑞巖僧 서암승에게 묻지 않고 실천하려 애쓰리라
이 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퇴계의 학문은 ‘敬’ 한자에 있다. 남명의 학문도 ‘敬’ 한자에 있다. 흔희들 한국의 유교는 敬사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敬이란 무엇인가. 朱子는 敬을 主一無適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마음이 하나가 되어 방만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無忘助 : 『論語』 〈자장(子張)〉 편에 子夏曰: 「日知其所亡, 月無忘其所能, 可謂好學也已矣. 」
자하가 말하였다. "날마다 없는(모르는) 것을 알며, 달마다 능한 것을 잊지 않으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이를 만하다." 이것은 好學하는 기상을 말한 것이다. 또 《맹자(孟子)》 공손추 상(公孫丑上)에, 호연지기를 말하며 어떤 송나라 사람이 밭의 싹을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위로 뽑아 올렸다는 ‘알묘조장(揠苗助長)’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두 가지를 함의시켜 호학의 기상에 ‘敬’의 의미를 넣었다. 선비들은 자주 ‘無忘助’를 표현하곤 했다. 우암 송시열의 시에는 ‘有事無忘助’라는 똑같은 구절이 있다.
惺惺 : 마음이 항상 맑게 깨어 있음을 말한다. 정영방은 우복 선생에게 『심경』을 읽었다. 남명 조식은 늘 惺惺子라는 방울을 차고 敬義刀라는 칼을 차고 경을 실천하며 심성을 수양하였다. 정영방도 경을 실천하고자 원림을 향해 자기의 학문을 표방하고 있다. 심경부주(心經附註)에 성성은 마음이 항상 맑게 깨어 있음을 말한다.
瑞巖 : 당대(唐代)의 어떤 고승(高僧)을 가리키는 말로, 그 고승이 태주(台州)의 서암원(瑞巖院)에 있었던 데서 말미암은 호칭이다. 《심경부주(心經附註)》 〈경이직 내장(敬以直內章)〉에, 사양좌(謝良佐)가 말하기를 “공경은 바로 항상 성성하는 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한 데 대해, 주자(朱子)가 이르기를 “서암의 중은 매일 항상 스스로 ‘주인옹은 성성한가?’라고 묻고는 ‘성성하다.’라고 스스로 대답하곤 했다.〔瑞巖僧, 每日間, 常自問主人翁惺惺否, 自答曰惺惺.〕”라고 하였다. 《心經附註 敬以直內章》. 서암승은 여기서 유래되었다. 여기서는 곧 저자 자신이 성성하는 법칙을 굳이 서암에게 묻지 않고도 배울 데가 따로 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성리학의 경공부는 자연환경과 동화한다. 마지막 구는 대중의 가독성을 위해 <毋若瑞巖僧 서암승에게 묻지 않고 실천하려 애쓰리라> 그냥 “경을 가슴에 품고 실천하려 애쓰리라” 정도로 번역해도 좋다.
영양 서석지 <경정 >. 이 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전고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나의 석문 집 번역본에 ‘有事無忘助’를 모 대학에 교감까지 맡겼건만 ‘無望’으로 해놓은 바람에 해석이 잘못되었다. 그러나 번역본에 나머지 구의 주석은 바른 것이니 전체를 보면 경의 사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런 주석은 내가 처음 달고 밝혀 놓은 것이니까?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일반대중은 이해하기 힘든다. 이제 앞부분을 다시 밝혀 놓으니 석문 정영방 선생의 <敬亭(경정)> 시를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남의 글을 훔쳐서 쓰는 것은 도둑과 같다. 잘 활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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