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무릅쓴 직언, 역사를 바꾸다 |
선비, 왕을 꾸짖다…신두환 지음 |
![]() "사냥을 중지하고 정사를 돌보십시오. 옛날 임금은 하루 사이에도 만 가지 일을 보살피되 깊이 생각하고 멀리 걱정하였으며, 그 좌우에는 올바른 선비를 두고서 정직한 말을 받아들이고 끊임없이 부지런하여 감히 편안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신라 충신 김후직이 진평왕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사냥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왕을 바로잡으려 목숨 걸고 바친 글이다. 김후직은 노자의 말을 인용해 "말을 달리고 사냥하는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미치게 한다"는 충언을 올렸다. 하지만 진평왕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김후직은 병이 들어 죽게 됐을 때 세 아들에게 "내가 죽으면 왕이 사냥을 다니는 길가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 후 어느 날 진평왕이 사냥을 가는데 어디선가 "가지 마십시오"라는 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김후직 묘에서 나는 소리였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죽어서까지 왕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무덤 속에서 올린 충언은 `묘간(墓諫)`으로 선비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의 묘는 경주에서 포항으로 가는 국도 옆에 지금도 남아 있다. 상소문은 왕과 신하의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에 그치지 않았다. 흔들리는 국가 기강을 바로잡고 백성에게 이로운 정책을 직언했다. 왕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혜와 고도의 문장력이 필요했다. 괜히 왕의 화풀이 대상이 되지 않도록 몸을 낮추고 애절한 하소연을 올렸다. "눈물을 흘리며 간곡히 비옵니다" "이제 또다시 간청하오니 특별히 처분을 내리시어 공사 간을 다 편하게 해주소서" 등 완곡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반영하기 위해 정성을 다해 문장을 다듬고 현란한 수사를 동원하다 보니 상소문도 어엿한 정치 문학의 경지에 올라섰다. 제갈량의 `출사표`나 설총의 `풍왕서` `화왕계`는 문학으로서 손색이 없다.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의 저서 `선비, 왕을 꾸짖다`(달과소 펴냄)는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보탠 상소문들을 발췌했다. 원나라에서 벼슬을 한 고려인 이곡은 상소문의 힘으로 공녀(貢女)제도를 폐지시켰다. 그는 "일단 공녀로 선발되면 부모와 친척이 서로 모여 통곡하면서 울기 때문에 밤낮으로 곡성이 끊이지 않으며, 급기야 국경에서 떠나보낼 적에는 옷자락을 부여잡고 땅에 엎어지기도 하고 길을 막고서 울부짖기도 합니다"라는 글귀로 왕의 마음을 움직였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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