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법학 비판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ㆍ시인>
대통령의 몰랐다는 말은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법망을 피해가기 위해 일부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 밝히지 못하겠다고 했다.
또 가족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모르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것은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대절(大節)을 잃은 것이고 한 졸장부보다 못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짓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러한가? 야당이나 노사모가 사회의 정의를 무시하고 드러난 범죄를 감추려는 법을 무시하는 행태와 나라의 정의를 위해서는 털 하나도 뽑지 않으려는 자기편만을 위하는 이기주의적인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기에다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감투를 썼던 모 대학 여교수의 사회정의를 무시한 위기주의(爲己主義)에 미쳐버린 망발이 어찌 그리 천박하고 답답해 보이는지.
뉴스를 보던 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런 시각으로 무슨 이 정권을 비판하는가.
과거 전두환 대통령의 비리 청문회에서 “기억이 안 난다.”거나 “모른다.”라고 일관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떻게 말했는가? 그것으로 청문회 스타가 되고 대통령이 되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신은 이러시면 안 된다.
그때 전두환 대통령을 위해 청문회장에서 소리치던 것을 지금 자신을 향해 소리쳐 보라. 이 땅의 올바른 정의사회구현을 위해 자기 자신에게 따지고 소리쳐 보라. 그래도 부끄럽지 않거든 법망을 피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다 써라.
조남명이 일찍이 포은 정몽주의 처신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다. 그러자 그것을 들은 사람이 퇴계 선생에게 의문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저의 생각으로는 포은 정몽주의 한 죽음은 자못 가소로운 일이라고 봅니다. 포은 선생은 공민왕의 조정에서 삼십 년을 대신으로 있었으니 ‘도가 행해지지 아니하면 벼슬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도리에 이미 부끄러워해야 할 일인데도 신우(고려의 우왕) 부자를 신하의 신분으로 섬기면서 신우를 왕이라고 섬기다가 훗날 신우를 쫓아내야 하게 되어 신우를 왕위에서 쫓아내는데 자신도 관여한 것은 무슨 일입니까? 여기서 신우라고 한 것은 신돈의 자식입니다. 십 년 동안 복종하고 섬기다가 하루아침에 내쫓아 죽인다면 이것이 될 말입니까? 임금이 아니라고 해서 쫓아낸 일은 여불위(呂不韋)가 씨도둑질한 아들 여정(呂政)을 영씨의 아들이라고 임금으로 세워 놓고 마침내 진나라가 망한 뒤에도 자신은 오히려 아무 탈이 없이 또 그 녹을 먹고, 벼슬을 한 것과 같은 데 이와 같이 하여 훗날의 죽음이 있게 된 것이니 깊이 깨달을 수 없는 문제가 포은 선생에게 있는 듯합니다.” 라고 하자 퇴계 선생은 말씀하시기를 “정자(程子)는 이르기를 사람은 마땅히 허물이 있는 가운데서 허물이 없는 점을 찾아야 하며 허물이 없는 가운데서 허물이 있는 것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하였는데, 포은 선생의 정충대절(精忠大節)은 천지의 기본 틀인 경위(經緯)가 되고 우주의 대들보가 될 만하다고 할 수 있는데 세상의 의논을 좋아하는 무리들이 남을 공격하기를 좋아하고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일을 이루게 하는 일을 즐기지 아니하여 쉴 새 없이 쓸모없는 입을 놀리고 있으니 나는 이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여기에서 온유돈후한 퇴계 선생과 남명 선생의 강직한 실천적 기질이 확연히 차이 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포은 정몽주를 만고의 충신으로 부르는 마당에 남명 조식 선생은 포은 선생의 지나간 허물을 캐어내어 비판하고자 하였다. 그의 강인한 기질과 학행일치를 주장하는 선비정신은 불의를 조금도 용서하지 않는다. 남명 선생이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을 보았다면 사람취급 하겠는가?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남을 인정하는 데는 잔인할 정도로 인색하다. 역대 대통령들을 평가하는데도 우리는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드러난 죄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겠지만 드러난 죄 이외의 것은 억지로 허물을 캐는 쪽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통령들을 퇴계 선생의 시각에 맞추어 다시 평가해 보라.
베트남의 호치민은 세계 10대 정치인 안에 드는 훌륭한 정치인으로 부상했고 온 국민이 국부로 떠받들고 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은 독재자로 전락했다. 국민들의 절대다수는 위대한 대통령이라고 하는 데도 일부 정치인이나 국민들은 독재자라고 판단한다.
아예 욕을 보이는 것이 심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여기에는 현재 뇌물로 얼룩진 노무현 정부와 그 주변인들이 더욱 쉴 새 없이 입을 놀려 박정희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은 악랄한 독재자의 오명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을 외치며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간에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이시랴”던 포은 선생의 충절도 이들을 만났다면 다시 심판해서 역사를 바로 세운다고 인민재판을 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퇴계 선생의 말씀을 기억하라. 그리고 군자의 온유돈후한 행동을 배워라. ‘사람은 마땅히 허물이 있는 가운데서 허물이 없는 점을 찾아야 하며 허물이 없는 가운데서 허물이 있는 것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한자문화콘텐츠 연구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 비밀은 없다 (0) | 2024.11.29 |
---|---|
노무현과 악마의 금전 (3) | 2024.11.29 |
대동세상의 법(法)과 예(禮) (4) | 2024.11.26 |
교육열과 부모의 마음 (1) | 2024.11.26 |
왜 그들은 미국에서 살까 (1) | 2024.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