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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콘텐츠 연구소

노무현과 악마의 금전

노무현과 악마의 금전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 시인

 

고려시대 임춘은 돈으로 인해 간사하게 타락해 가는 세태를 풍자하고 관료들의 부정부패에 연루되는 현실을 직시하며 돈으로 인하여 생기는 폐해에 대해 경계와 교훈을 주기 위해 ‘공방전(孔方傳)’ 을 지었다.
孔은 구멍을 말하고 方은 네모를 말한다. 따라서 엽전의 가운데에 있는 네모난 구멍이며 이것은 곧 엽전을 가리키는 것이다. 엽전의 모양을 디자인 한 사람은 고려 숙종 때 대각국사 의천이다.
엽전이 태두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뜻하고 네모난 구멍은 땅을 뜻하는 동시에 우물을 뜻한다.
우물물은 아무리 퍼서 써도 마르지 않는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에 돌고 돌아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아니한다는 의미를 넣었다.
물물교환의 어려움과 민생의 편의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처음에는 좋은 의미를 지니고 사용 되었다.
그러나 점점 돈이 뇌물로 악용되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 폐단이 생기게 되었다. 공방전에 나오는 돈의 성격을 묘사한 한 부분을 살펴보자. 공방(엽전)은 성질은 욕심이 많고 비루하고 염치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이제 재물을 맡아서 처리하게 되었다.
그는 돈의 본전과 이자의 경중을 다는 법을 좋아하여,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것은 반드시 질그릇이나 쇠그릇을 만드는 생산 방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백성으로 더불어 한 푼 한 리의 이익이라도 다투고, 한편 모든 물건의 값을 낮추어 곡식을 몹시 천한 존재로 만들고 딴 재물을 중하게 만들어서, 백성들이 자기들의 본업인 농업을 버리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맨 끝인 장사에 종사하게 하여 농사짓는 것을 방해했다. 이것을 보고 간관(諫官)들이 상소를 하여 이것이 잘못이라고 간했다.
하지만 임금은 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방은 또 권세 있고 귀한 사람을 몹시 재치 있게 잘 섬겼다.
그들의 집에 자주 드나들면서 자기도 권세를 부리고 한편으로는 그들을 등에 업고 벼슬을 팔아, 승진시키고 갈아 치우는 것마저도 모두 방의 손에 매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한다하는 공경(公卿)들까지도 모두들 절개를 굽혀 섬기게 되었다. 그는 창고에 곡식이 쌓이고 뇌물을 수없이 받아서 뇌물의 목록을 적은 문서와 증서가 산처럼 쌓여 그 수를 셀 수 없이 되었다.
그는 모든 사람을 상대하는 데 잘나거나 못난 것을 관계하지 않는다.
아무리 시정 속에 있는 사람이라도 재물만 많이 가졌다면 모두 함께 사귀어 상통한다. 때로는 거리에 돌아다니는 나쁜 소년들과도 어울려 바둑도 두고 투전도 한다. 이렇게 남과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을 보고 당시 사람들은 말했다. “공방의 한 마디 말이 황금 백 근만 못하지 않다.”라고.
이 글을 보면서 뇌물에 연루되어 구속될 처지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고 또 이야기의 주인공 공방을 생각한다.

공방과 노무현은 통하는 데가 많다. 주인공을 노무현으로 해도 별반 달라지는 게 없을 정도다.

얼마 전에 한 여대생이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하여 사채를 빌려 쓰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하여 몸을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이 사실을 안 아버지가 분통이 터져 딸을 목 졸라 죽이고 자기도 자살한 뉴스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그 뒤에도 이와 비슷한 뉴스들이 몇 번씩 오르내리고 있다.

또 가장으로서 직장을 잃고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가족과 생이별을 하는 방송도 보았다.

그들에게 돈은 잔인한 악마의 금전이었다.

요즈음처럼 경제가 어렵고 어수선한 가운데 많은 돈을 뇌물로 받고 구속될 처지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야당의 시각이 너무 정략적이고 야비하고 천박하다.

사회의 정의에 대한 일말의 예의염치도 없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물건을 훔치다가 잡히니까 이 집 주인도 조사해야 한다고 우기는 꼴이다. 나약한 여자에게서 지갑을 빼앗아 도망가다가 잡히니까 이 여자의 잘못도 찾아보라는 식이다.

어린 학생을 협박하여 돈을 빼앗다가 잡히니까 경찰에게 이 학생도 조사하라고 하는 꼴이다. 그것도 정치논리라고 들이대고 있는가? 당신들 손자나 아들들이 남에게 돈을 빼앗기고 오자 경찰이 가서 그 사람을 잡았다.

그러자 돈을 빼앗은 놈이 검찰보고 편파수사를 한다고 항변하며 당신도 범죄 사실이 있을 것이라고 조사하라고 한다면 순순히 응하겠는가? 이 황당한 주장에 반드시 응해야 된다는 것이 대한민국 야당 국회의원의 논리이다.

또 이 사건이 4·29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치니까 선거를 중단하라고 하고 있다. 오히려 선거를 하는 국민들이 이 사실을 알고 올바로 투표하도록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유권자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민주사회의 올바른 선거논리가 아닌가?

나는 여당 편도 야당편도 아니다. 우리 공정하게 생각 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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