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 민족문화를 되돌아 보자!
경북매일신문 칼럼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신두환.
한국 민주주의 60년! 그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무엇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감이 든다. 빈부격차와 지나친 양극화가 그것이다. 이 역사의 길목에 서서 가야할 길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한국의 민주주의를 보면서 눈을 감고 싶다.
연암 박지원은 창애 유한준이라는 자에게 답장을 썼다. <답창애>라는 이 글 속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하루는 화담(花潭) 서경덕 선생이 외출하였다가 길을 잃고 우는 자를 길에서 만났습니다.
“너는 어째서 울고 있느냐?"
"저는 다섯 살 때부터 눈이 멀기 시작하여, 이제 20년이 흘렀습니다. 오늘아침에 밖에 나와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천지만물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너무나 기뻐서 이것저것 정신없이 구경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려니, 논두렁 밭두렁 갈림길은 너무 많고, 집집마다 문은 똑같아서 어느 집이 우리 집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울고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길을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그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너에게 돌아가는 방법을 일러 주마. 예전과 같이 다시 눈을 감아라! 그러면 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도로 눈을 감아라!”
그리하여 그 사람은 도로 눈을 감고 예전에 늘 다니던 것처럼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며 길을 따라가서 집을 찾을 수 있었다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이 지혜로운 이야기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자기 분수를 지키고 반성하면서 살아가라는 교훈이 되고 있다. 우리는 과연 바로가고 있는가? 혹시라도 이야기 속의 장인처럼 갑자기 눈뜬 채로 혼돈과 현란함에 취해 돌아올 길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마냥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 이야기는 지난날 우리들이 돈 버는데 눈이 멀어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외국 것이면 무엇이든 좋고 우리 것이면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에 빠져서 빛나는 민족문화를 내 팽개 쳐버리고 정신없이 살아온 우리민족에게는 示唆하는 바가 크다.
우리의 전통문화는 무엇이고, 언제부터 사라지기 시작 했고, 우리의 전통문화는 언제부터 단절되기 시작했을까? 아마도 1910년 한일 강제합방이후 일본이 민족문화 말살정책을 쓰면서일까? 해외유학생들에 의해 전파되기 시작한 신문물과 서양식 사고는 민족문화를 급속도로 잠식해 갔다. 그 사려 깊고, 아름다우며 정다웠던 민족문화가 계몽되고 개혁되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45년 해방과 자유의 물결, 그 속에도 민족문화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편의주의가 있었다. 1950년 6.25전쟁 하에 시작된 원조문화는 의식주에 대한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미군정하에 실시된 제 일차 교육과정은 우리 학문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전쟁은 사회를 격변하게 만든다.
우리는 서양문화에 취해 정신없이 살아왔다.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돈이면 다된다는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가고 사람들의 마음은 민족문화를 걱정할 여유가 없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삐걱대는 소리들이 들려온다. 미국과 일본 것이면 뭐도 좋다는 식으로 우리의 전통학습방법, 학문, 사상, 사유방식들을 모두 내 팽개쳐버리고, 단순하고, 편한 길만 찾아, 마치 봉사가 눈을 뜬 것처럼 휘황찬란함에 취해 정신없이 서양의 학문만 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이제 현명한 사람들은 우리 조상이 남긴 빛나는 조상의 얼을 깨닫기 시작했다. 우리의 민족문화가 새롭게 조명되고 그 가치의 진가가 발휘되자 우리 것으로 돌아가자는 생각들이 모아지고 있다. 하루아침에 내 던져버렸던 우리 고유문화는 현대학문의 근원이 되고 있고. 새로운 과학의 기초가 되고 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때이다. 그러나 어떻게 돌아가야 할 지 깜깜하다. 얼마나 많은 우수한 민족문화가 어디에 있는 지조차도 알 수 없다. 아마도 우리 민족의 저력을 볼 때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가 많이 있을 것 같은데도 말이다. 더 사라지기 전에 이제부터라도 민족문화의 창달에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60년 이제는 민족문화를 되돌아보아야 할 때다. 우수한 민족문화의 올바른 길을 찾아가기 위해, 이제라도 우리 모두 도로 눈을 감자. 도로 눈을 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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