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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신문 칼럼

경북매일신문 칼럼 - 선거와 봄

선거와 봄. 껍데기는 가라.

 

신두환 , 안동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시인

 

대한민국의 봄이여 제발 선거와 함께 오지마라! 진달래 꽃봉오리 막 터질 때 이때는 숭고한 때, 순수한 이야기만 남고 야비한 헛소문은 가라. 산수유 노랗게 피고 남녘의 꽃소식 봄바람에 실려 올 때 아름다운 꽃만 이야기 하고 제발 부패할 대로 부패한 온갖 선거이야기는 안했으면 좋으련만. 저 순박하고 고결해 보이는 목련화 앞에서 선거도 저처럼 순수해야 하련만 온갖 권모술수가 판을 치고 그 듣지 않아도 될 온갖 추한이야기가 다 들려온다. 담 너머 영춘화 한들한들 봄바람에 흔들릴 때, 벽보에 붙은 인물 사진 어쩌면 하나같이 다 잘났건만 봄꽃만큼 순수해보이지 않을까?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한적한 하늘가에 버들은 늘어지려 하는데 큼지막한 이름 석 자 플래카드 펄럭이는 꼴, 온 봄을 다 버렸네. 향기로운 꽃지짐 봄나물 안주에 조용히 봄을 느껴보려니, 어느 순간 들이닥친 왈패들의 선거이야기에 만정이 다 떨어진다. 대한민국의 봄이여 제발 선거와 함께 오지마라! 봄 타는 남자 애간장 다 녹는다. 올봄도 또 헛되이 지나가려나.

그 순결하고 신의로우며 사랑스러운 봄의 숭고함이여, 그 시작을 알리는 아름다운 꽃들의 미학이여. 가슴 울렁이고 혈맥이 동탕하는 생명력 넘치는 봄이여, 이 희망의 대지에 선거와 함께 휩싸인 비할 수 없이 아름다운 대한민국이여.

4.19 혁명이 일어나던 그해 사월에도 봄은 왔었고 꽃도 피었었건만, 그 때에는 꽃보다 사람이 더 아름다웠나 보다. 그러니까 순수한 이야기만 남고 꽃 이야기는 안 남은 거지. 그 해 봄은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쯤에서 봄의 서곡과 함께 울려 퍼지는 우리 국회의원 선거와 잘 어울리는 시 하나 읊고 가자. 4,19 혁명 그 위대하고 순수한 민중의 외침을 노래한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라는 시 한 수를 읊고 가자.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 시는 1960년 4월 19일 그 봄에 일어난 혁명의 순수함을 노래한 시이다. 대한민국의 선거와 함께 외워져야할 순수한 민중의 시이자 민주주의의 꽃이다. 4,19혁명과 동학혁명의 그 순수성만 남고 모든 허위는 가라. 그 민중의 순수한 외침만 남고 모든 허위는 가라, 선거철만 되면 대한민국의 온갖 껍데기는 다 날아든다. 제발 이 사월에는 순수함만 남고 위선은 가라, 2008년 올 봄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제발 가라.

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은 4·19 혁명과 동학 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여온 대한민국 국민의 민주주의에 대한 끈질긴 생명력과 순수한 열정을 다시 한 번 확인하라! 이것을 왜곡하고 속이려 드는 순수하지 못한 모든 정치 세력들이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껍데기는 가라. 순수하지 못한 모든 언어들은 선거에서는 사라져야 한다. 그 순결하고 진실하고 정의로운 이야기만 남아 희망이 넘쳐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그 불결하고 거짓되고 야비한 이야기들이 번다히 일어나 국민들을 갈라놓고, 언제부턴가 순수한 정책은 없고 남의 정책을 헐뜯고 비방하는 것만이 수단이 되어 비열함이 난무한다. 껍데기는 가라. 아사달 아사녀의 그 벌거벗은 순수함은 어디로 가고 온갖 허위와 불의와 가식만이 판을 치느냐. 껍데기는 가라. 중립(中立)의 초례청 앞에서 열리는 잔치 마당으로 영남사람 호남사람 북한사람 남한사람 다모여 한잔하세 이 동포들을 이간질하려는 간사한 정치 껍데기들은 가라.

백두에서 한라까지 조상이 흘린 피와 땀방울이 녹아있는 향기로운 흙 우리의 국토만 남기고 모든 불순세력은 가라. 미사일도 가라. 북 핵도 가라. 언론 방송도 가라. 정치인도 가라. 북한 전문가도 가라. 사이비 교수도 가라. 아사달 아사녀의 벌거벗은 순수한 동포들의 통일 이야기만 남기고 모든 이데올로기와 그 껍데기들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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