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이상한 민주국가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 시인
법치국가에서 법이 군중에게 힘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맹자 ‘이루’ 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맹자 왈 “위에서는 도리를 헤아려 법도를 제정하지 않고 아래에서는 법도를 지키지 않으니, 조정에서는 도리를 믿지 않고 관리들은 법도를 믿지 않는다.
그리하여 위정자는 大義를 무시하고 아랫사람들은 법을 어기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이렇게 되고서도 나라가 보존된다면 그것은 요행이다. 그래서 옛말에 ‘성곽이 완전하지 않고 병사가 많지 않은 것이 나라의 재앙이 아니며, 전지가 개간되지 않고 재화가 모이지 않는 것이 나라의 재해가 아니다. 윗사람이 예의가 없고 아랫사람이 배움이 없으면 나라를 해치는 백성이 일어나 하루아침에 나라를 잃는다.’라고 한 것이다.
시경에 ‘하늘이 이제 周 왕실을 뒤엎으려 하고 있다. 신하들은 그렇게 태만히 있지 말라.’ 하였는데, 태만히 있다는 것은 요즘 말로 답답하게 군다는 말과 같다.
임금을 섬기는 데에 義가 없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데에 禮가 없으며, 말만 하면 先王의 道를 비방하는 자가 바로 답답하게 구는 자이다.
그래서 옛말에 ‘임금에게 하기 어려운 일을 요구하는 것을 임금을 공경한다하고, 善을 개진하여 임금의 邪心을 막는 것을 임금을 존경한다하며, 우리 임금은 할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을 임금을 해친다고 한다.’ 했던 것이다.”라고 하였다.
맹자의 이 말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견주어 지는 바가 많다.
대한민국은 지금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시위 관련자 재판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되고 있어 법조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어지럽다.
법의 집행이나 판결에 대한 법원 내부의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어야 할 성격인 것 같은데 법조계도 기강이 흐트러지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또 이 정부를 불신하고 민중의 여론을 엿보며 촛불시위의 재판에 불만이 있는 판사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법은 그 나라의 기강이자 다스림의 도구이다.
경찰이 시위대에게 폭행을 당해도 세상을 단속할 수 없고, 언론이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들을 이간시키고 있는데도 이를 다스릴 수 없다면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 요행이 아니던가.
국민들은 기억한다. 촛불시위가 얼마나 불신을 조장했고 얼마나 국민들을 갈라놓았으며 얼마나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는지.
그리고 모 텔레비전 방송이 어떻게 광우병에 대한 유언비어를 배포하고 어떻게 공권력인 경찰을 짓밟았고, 정부를 비방하고 국민들을 희롱했는지를 그리고 촛불시위대가 어떤 성격의 시위이고,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와 종교인들까지 가세한 유사 이래 최대의 민란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부화뇌동 시켰으며, 왜 청와대를 향해 돌진하였는지를. 이러고서도 나라가 지탱되는 것은 요행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다 옳다고 할 때 그것은 틀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진실로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의 몇몇 언론은 여론을 독점하고 있으며 방송미디어를 독점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언론이 좌파 우파로 갈라져 있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고 대한민국 언론이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못하다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또 법조계도 좌파 우파의 대립은 불가피한 현실이 되어 버렸다. 지금 좌우대립이 격화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국민들은 더 이상 갈라질 수 없을 정도로 갈라졌다.
지난 해방시기 좌파우파의 대립이 격했던 과거시대가 요청한 것은 군부였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 한 번 국민들은 피를 부르는 아픔을 거쳐야 하는가? 지금 대한민국 언론은 1%도 안되는 극좌파 극우파의 대립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많은 국민은 바라보고 있다. 지난 촛불시위의 부당성을 그리고 언론이 어떻게 해 왔는가를, 왜 강하게 대처하지 못하는가? 법원내부의 문제를 제기한 판사는 그 중을 잃어버리고 좌측으로 편향되어 있음을 알겠고 공정하고 객관성 있게 판정할 능력을 잃어버린 것을 알겠다.
이런 판사는 촛불시위를 주도할 시민운동가가 적성에 더 맞을 사람이지 법조계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다. 이것은 촛불시위의 연장선이다.
신영철 대법관이 만약 촛불시위의 판결 배당문제를 놓고 압력을 행사해서 판사들이 재판에 압력을 받았거나 판결에 영향이 있었다면 당연히 사퇴를 해야 한다.
만약에 외압을 받고서 중용을 잃어버리고, 공정성과 객관성이 확보되지 못한 엉터리 판결을 한 판사들이 있다면 이 역시 국민들은 사퇴를 원하며 분노한다.
요즈음같이 어려운 시대에 온 국민이 일치단결하여도 국난을 극복하기 어려운데 또 무슨 촛불 재판이 도마에 오르는가? 판사가 그렇게 약한가? 판사도 대중의 여론에 흔들리는가? 판사도 과연 이메일 한통에 압박을 받을 정도로 사회적 약자인가?
이러고서도 나라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희한한 일이다. 논어 ‘憲問’ 중에 공자가 말하길 “나라에 도가 있으면 말과 행실을 높게 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실을 높게 하되 말은 겸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나라에는 도가 없다. 이럴 때엔 한마디 말도 조심하는 것이 맞다. 물 위의 기름처럼 떠도는 정부여, 제발 서민의 고충을 이해하고 단호한 대책을 세워 이 나라의 기강을 잡으라.
'경북매일신문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비 왕을 꾸짖다. 매일신문 (0) | 2024.11.25 |
---|---|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님 영전에 고합니다. 경북매일신문 칼럼. (0) | 2024.11.23 |
북한의 선전포고 (2) | 2024.11.23 |
미네르바는 천박한 민주인사. (4) | 2024.11.23 |
경북매일신문 기축년 새해 (2) | 2024.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