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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신문 칼럼

경북매일신문 기축년 새해

기축년 새해에는 인화(人和)만 말하라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 시인

 

맹자에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天時不如地利요, 地利不如人和니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옛날 견고한 천연요새로 난공불락의 성인 三里나 되는 내성과 七里나 되는 외곽을 완전포위해서 이를 공격해도 이기지 못했다. 이렇게 공격을 할 수 있었다면 반드시 전쟁 날을 정한 것이나 계절이나 기후 같은 천시를 얻은 것이 있었건만 이기지 못하는 것은, 천시가 저 성곽의 견고한 지리만 못하기 때문이다.
천연 요새를 갖추고 성이 높지 않은 것이 아니며, 연못이 깊지 않은 것이 아니며, 무기와 갑옷이 견고하고 날카롭지 않은 것이 아니며, 군량이 많지 않은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로 유리한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그 성곽을 포기하고 전쟁에 패배하는 것은 인화단결이 안 되는 것이니 지리가 인화만 못한 것이다.”
그러므로 옛말에 이르기를 ‘백성을 한정하되 국경의 경계로써 하지 않으며, 국가를 견고히 하되 산과 강의 험한 요새로써 하지 않으며, 천하를 두렵게 하되 무기의 날카로움으로써 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이다. 도를 얻은 자는 도와주는 이가 많고, 도를 잃는 자는 도와주는 이가 적다. 도와주는 이가 적음의 지극함에는 친척이 배반하고, 도와주는 이가 많음의 지극함에는 천하가 순종하는 것이다. 

천하가 순종하는 바로써 친척이 배반하는 바를 공격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군자는 싸우지 않음이 있을지언정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다.

지금 이스라엘의 하마스 침공을 바라보고 있는 전 세계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다. 중동의 전쟁을 보고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죽어 가는데도 침공해도 좋다는 논리가 있는 것을 보면서 약소국가의 아픔이 어떤 것이고 우리가 어떻게 대배해야 할 것인지 그 인화단결의 교훈을 맹자에서 찾아본다.

전 세계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극도의 혼란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축년 새해가 떠오른 지도 벌써 7일이 지나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종로에서는 보신각 종소리가 지난 무자년의 액운을 실어내고 새해가 시작됨을 성스럽게 일깨웠다. 수많은 인사들이 새해의 소망으로 국가의 안녕과 개인의 행복을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도 싸움만 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회는 전 세계로부터 가장 후진 민주주의의 표본으로 조롱을 받으며 뉴스감이 되고 있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국난극복을 위해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총 매진해도 시원찮은 판국에 이것도 반대, 저것도 반대, 무조건 반대만하는 반민주적 성격의 단체들, 이들의 정치투쟁은 불쌍하고도 야비해 보인다. 자기의 입맛에 안 맞으면 무조건 반대하는 저 가짜 투사들의 주장이 각 정당의 하수인들에 불과한 사실은 익히 아는 바이다. 언론은 한 술 더 떠서 공리공론으로 분열을 초래하고 국시를 왜곡하며 사사로이 어느 한 측만을 선전하고 있다. 까마귀 떼가 높이 날아오르자 텔레비전은 그 부패한 언론의 고깃덩어리를 빼앗길까 두려워하고 있다. 올해는 조국을 위해 한 삽의 흙을 드는 기분으로 더욱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를 들려주길 기대해 본다.

새해 벽두부터 팔을 걷어붙이고 산업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진정한 애국투사들을 보라. 온갖 부정적인 시각으로 아름다운 국토를 건설하는 고된 일을 하기는 싫고, 빈둥빈둥 놀면서 쓸데없는 시비나 걸고 정부를 욕하면서 자화자찬에 빠져 지내는 저 공허한 무리들을 보라.

대통령을 한 사람만 뽑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국민투표를 하여 국회의원을 뽑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다수결의 원칙이 존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 땅의 한 명뿐인 대통령, 불우하고 인기 없는 이명박 대통령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라는 새해의 메시지를 온 국민에게 전달했다. 얼어붙은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교육, 금융, 일자리 창출, 4대강 살리기와 경인운하 사업 등 갖은 애를 쓰는 정부의 노고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도 필자가 어느 편인가를 따지기 바쁘고 눈에 불을 켠 채 ‘시대를 못 읽는 것이 어찌 저와 같은가’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참 한심하지 않은가 이 기축년 새해에.

 

지난 무자년의 이야기는

베이징 올림픽 그 함성만 남기고

이 땅의 나머지 모든 이야기는 가라.

지난 일을 잊어보려

초백주(椒柏酒:정월 초하루에 마시는 축하 술)를 한 입에 털어 넣고,

장안의 지사들은 누정에 취해 누웠노라

우스워라 이익을 다투는 저 정치 무뢰배들

올해도 고달프게 또 시를 읊어야 하리

기축년 새해 아침에

종로 골목에 울려 퍼지는 보신각 종소리여

동해가 마을마다 해맞이 하는 저 풍악소리여

제발

天時와 地利를 말하지 말고

人和를 말하게 하라.

하필 왈 利잇고

仁과 義를 이야기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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