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시조 하나.
남진 죽고 우는 눈물 두 져제 나려흘러
졋마시 짜다하고 자식은 보채거든
뎌 놈이 어네 안흐로 계집되라 하는다. -송강 정철-
남편께서 돌아가시고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며 우는 청상과부의 모습을 포착해낸 것이다. 아마도 주인공은 서민의 아내인 듯하다. 사회의 눈물겨운 참상을 고발한 사회시적 성격이다. 남진은 남편이다. 남편이 죽어서 우는 눈물이 아이가 빨고 있는 두 젖 위로 흘러 내린다. 얼마나 슬펏으면 눈물이 가슴까지 흘러 내렸으랴.그 애절하고 안타가운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슬픈 눈물을 묘사하여 세 줄기 눈물이라고 하였던가? 두줄기 눈물은 누구나 울 수 있는 눈물이지만 세줄기 눈물은 남편이나 부모가 죽었을 때 흘릴 수 있는 눈물이라고 하였던가? 엄마의 젖에 흘러 내리는 눈물을 묘사한 송강 정철의 묘사에 감동한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엄마의 젖을 빨던 아이가 눈물 맛을 보니 짜다. 아무것도 모르고 젖을 빠는 아이는 자기의 아빠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젖맛이 짜다고 보채기만 한다. 작가 송강은 대뜸 져 놈이라고 표현하며 계집된 도리, 아내된 도리를 어떻게 하라고 젖맞이 짜다고 울어 보채냐고 한탄하고 있다. 아마도 고을을 순찰하다가 이 광경을 접하고 시를 지은 듯 하다. 서민의 생활 속을 전망한 관료의 애민의식으로 보고싶다.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젖먹이 어린아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젊은 부부였던 것 같고, 서민인 것 같다. 아내의 기가 막히는 슬픙으로 남편을 울부짖는 소리가 청각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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