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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신문 칼럼

경북매일 칼럼-축제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축제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신두환 안동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이다. 대한민국은 음주의 나라이자 춤과 노래의 나라이다. 우리가 잘 아는 무천(舞天)은 우리 고대시대 동예(東濊)에서 매년 음력 10월에 행해졌던 제천의식이다. 삼국지의 『위지(魏志)』, 「동이전(東夷傳)」에 보면, ‘항상 10월에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밤낮으로 술을 마시며 노래하고 춤추는데, 이를 무천이라 한다(常用十月祭天 晝夜飮酒歌舞 名之舞天)’이라는 기록이 있다. 이는 하늘에 풍년을 빌고 추수를 감사하는 일종의 의식으로 춤과 노래로 의식을 행하였으며 부여(夫餘)의 영고(迎鼓 12월), 고구려의 동맹(東盟 10월)과 그 성격이 유사하다. 여기에서 우리민족의 특징으로 꼽히는 ‘음주가무(飮酒歌舞)’란 말이 처음 나타난다. 이 ‘음주가무(飮酒歌舞)’는 어떤 것일까? 음주(飮酒)는 고대시대의 풍성한 먹거리를 연상하게 한다. 그때는 무슨 술을 마시고 어떤 음식들을 먹었을까? 가(歌)에서는 노래를 생각하며 들을 거리를 생각한다. 그때는 어떤 아름다운 노래들이 있었을까? 무(舞)에서는 춤을 생각한다. 어떤 아름다운 춤으로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을까? 이런 ‘음주가무(飮酒歌舞)’들이 한 판을 만들고 온갖 종합예술을 창출하면서 밤낮으로 즐겼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의 음식과 술은 지금은 먹을 수도 없고, 그때의 춤과 노래는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다. 그냥 막연한 상상만 있을 뿐! 그러나 우리민족의 특성 중에 하나가 ‘음주가무(飮酒歌舞)’ 라는 말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축제들을 보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어느 곳에선가는 축제가 한창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축제는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온갖 축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서 지금은 축제가 없는 곳이 없다. 전국 적으로 축제의 수는 1000여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보니 일 년 내내 축제의 북소리가 그치지 않는다. 그 종류도 너무나 다양하다. 정월 초하루 ‘영덕 해맞이’ 축제를 시작으로 대관령 눈꽃축제 화천의 빙어축제, 벚꽃 축제, 사과 축제, 복숭아 축제, 포도 축제, 한우 축제, 등등 축제들이 같은 날에도 몇 군데서 열리고 비슷한 축제들이 일 년 내내 끊이지 않고 열린다.

축제는 기본 적으로 농사에 풍년이 들거나 그 지역 특산물이 특별히 많이 생산되거나 바다에서 특별한 고기가 많이 잡히거나 하여 그 풍족함에 대한 축하의 잔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풍요로운 축제가 되고! 인심이 넘치는 축제가 된다. 축제는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 들을 거리, 잘 거리 등 이 몇 가지가 모두 풍족하게 잘 갖추어져야 성공을 한다.

그러나 지방자치 단체들이 주관하는 일부 축제들은 그 지역의 풍족한 특성을 살리기보다는 돈 벌이를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그것도 서로 유사한 내용으로 각 지역과 서로 겹치고 경쟁적으로 시행되다보니까 날짜와 축제의 여건들을 잘 갖추지 못한 체 파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나라가 망해도 축제를 하는 나라! 농사가 흉년이 들어도 축제를 하는 농촌! 기후 관계로 송이가 없어서 생산이 안 되는 되도 송이축제를 해야 하는 군청. 매화가 개화시기가 늦어져서 꽃이 없는 데도 매화축제는 반드시 해야 하는 남쪽의 어느 지방! 눈이 오지 않는데도 눈 축제를 해야 하는 산동네들, 그 축제의 현장을 가보면 어느 곳 없이 시골 장날 같은 똑같은 물건을 판매하는 장터가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지역민을 동원하여 음주가무를 해야만 하는 이상한 축제들이 난무하게 되었다.

어느 제법 큰 국제페스티발에 간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이 음식점에서 음식이 부족하다고 말하자 “이 코너 한 칸을 3백만 원을 주고 빌렸다. 저 사람들 월급주고 우리가 뭐 남는 것 있냐고?” 하는 소리를 엿들었다. 거참 당나귀 귀 띠고, 뭐 띠고 남는 것 뭐있겠나 싶었다. 그러다가 보니 돈 없는 지역사람은 장사도 못하고 타지 사람들이 다른 지방의 물건을 가지고 와서 장사하고, 음식점에도 소고기 국밥에는 소고기가 없고, 산체 비빕밥에는 중국산 나물이 나오고, 가격은 비싸고 인심이 사납기가 그지없었다. 그것도 산나물이 풍성하고 한우가 유명한 고장에서 타지 사람들에게 풍성한 지역인심 사납게 구겨버리고! 100만 인구가 다녀갔기 때문에 성공이라고 자평하고 있더라. 대한민국 어느 지역의 축제도 이와 비슷하다. 장사도 이렇게 하면 안 된다. 만약 그 돈을 받지 않고 지역민의 인심을 그 사람들의 가슴에 새기고 가게 했다면 그 마음이 얼마나 흡족했을까? 내가 보기엔 장사라면 몰라도 축제로 본다면 사람들이 많이 온 만큼 실패였다. 축제는 그 넉넉한 지역인심과 그 지역의 풍성한 먹거리의 어울림 한마당이 되어야 한다. 축제현장을 가보니 인파가 몰리기는 했는데 주민을 위한 한마당 잔치는 보기 힘들고, 온통 그들과 장사들만의 잔치이다.

대한민국 축제 매년 하는 것을 2년에 한 번씩 하면 우리나라 어려운 경제를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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