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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매일신문 칼럼

추석 유감

경북매일신문 칼럼 추석(秋夕) 유감(有感).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시인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보름달만큼이나 넉넉하고 풍성하며 인정 많은 속담은 고래로부터 이어온 추석의 아름다운 풍속을 표현하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이 말을 올해 추석에는 정가로 돌리고 싶다.

저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붉어진 광화문의 촛불시위로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의 엄청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는 문제부터, 서로 다른 견해로 인해 부자 혹은 형제자매간에도 언행을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이 광화문의 촛불시위의 연장선에서 붉어진 불교에 대한 편파시비는 정국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급기야 한국의 불교 시위대는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전국의 불교도들을 동원하여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대 집회를 열어 버렸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이후에도 불교도들은 정부를 규탄하는 대대적인 전국 불교도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보는 다른 종교들의 편파성시비도 연달아 일어날 조짐을 안고 있다. 추석 날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가족들의 대립은 민족의 분열로 이어진다. 북한 김정일의 건강문제로 붉어지는 북한 붕괴의 불안감도 국민들을 혼란 속으로 빠뜨린다. 여기에 고유가 파동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혼란까지 추석이후의 정가는 대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는 추석의 대 명절을 맞이하고 있다. 우리 조국의 국토 산하는 보름달 빛에 쌓여 평화로워 보이건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촛불시위의 여파로 멍들어 있는 조국은 수심에 휩싸여 있다. 그래도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지만 오늘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민중 속으로 파고들자 온갖 시비가 좀 끊어지고 시끄러움이 멈추어 지는 듯하다. 정치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 경북 북부지방에 전해오는 술 먹으면서 하는 술 권하는 말 중에 “묵은 묘도 두 잔은 먹는데 산 사람이 세 잔은 먹어야지”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추석날 성묘를 하러 다니다가 보면 초라한 봉분에 벌초도 하지 않고 세월이 너무 지나서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무덤이 있다. 우리 성묘객들은 이 묘소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술 두 잔을 넉넉하게 치고 간다. 이 인간미 넘치는 속담의 넉넉한 인심은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도 이 속담에 귀 기우려주기 바란다.

최근 고유가로 어려워진 경제 탓을 하면서 주변의 불우한 이웃에게는 소홀한 것이 아닌가? 옛날이라고 해서 왜 경제가 어려운 시기가 없었겠는가? 그래도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렇게 정을 나누고 더불어 살아왔다. 경제는 발전하여 물질은 풍부해 졌지만 그 넉넉한 인심과 아름다운 풍속은 오히려 쇠퇴해 가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의 시골 농촌은 사람이 없고 논밭은 무거지고 민가들은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늘어만 가고 있다. 고향은 내가 그리던 옛 고향이 아니고 사람들도 내가 생각하던 옛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농촌은 폭격을 맞은 듯 황량하고 쓸쓸해 보인다. 논 한 가운데 우뚝하게 솟은 아파트를 보고 그 옛 날 달구경하던 그 언덕배기에는 입산금지 간판이 그 추석의 아름다운 기억을 짓누르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감을 갖는다. 그 쓸쓸하던 시골에 추석 달이 들면 그래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이고 그래도 생기가 일어나는 것은 추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모이고 이웃과 이웃 간에 단절되었던 인심이 소통되고 사라질 번한 친족 아이들의 이름과 이웃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놓는 것은 조상을 숭배하는 우리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제사를 우상으로 보는 서양 종교와 조상의 무덤이 없는 불교와도 상관없는 제사와 성묘라는 유교식 전통제례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유교만이 중국의 살길이라고 한 말을 간과 할 수만은 없다.

이명박 정부 내내 벌어질 저 앙띠 이명박의 세력들의 데모는 끊어지지 않는다. 달랜다고 될 일도 아니다. 그들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망하기만을 기대하며 혼란이 일어나기만을 기다리고 그 빌미를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더 이상 흔들리지 말고 관심도 갖지 말고 정치의 기강을 잡아가길 바란다.

이 대 혼란을 치유하는 길은 어쩌면 예를 중시하는 전통유교에 있을 수도 있다. 지난 잃어버린 십년동안 정부의 개혁을 지켜보면서 仁義가 사라지고 전통문화가 사라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적이 있었다. 아름다운 전통 풍속을 없애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몇 십 년 몇 백 년은 족히 걸린다는 것을 명심하라! 깊은 철학 없이 우리의 전통 풍속을 함부로 재단하여 없애는 그런 개혁이 이 정부에서는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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