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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화콘텐츠 연구소

구솓되는 시골 늙은이

구속되는 시골 늙은이

 

신두환 안동대 한문학과 교수 · 시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에 개입하여 로비 대가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인터넷을 통해서 본 노건평씨는 1968년에 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1978년까지 약 30년간을 세무공무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마산의 한 세무서에서 세무공무원 생활을 하던 노씨는 ‘부동산 투기 억제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당시로는 큰돈인 40만원을 받은 사실이 적발돼 1978년 4월 국세청으로부터 파면 조치를 받았고 검찰에 구속된 적이 있는 전과자다.

노씨는 2003년 2월 한 주간지에 특정인을 차기 국세청장감으로 지목하고 노무현에게 건의했다고 밝혀 ‘봉하대군’ 이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청탁 대가를 받았는지 여부와 관련된 검찰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 또 2004년에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으로부터 연임 인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600만원이 선고됐던 범죄자이다. 노씨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다음날 재판장에게 항의성 전화를 건 사실까지 알려져 논란이 일어났던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두고 그 동생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형을 순박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늙은이로 비유하면서 형을 두둔했다. 이런 형을 경계하지 못하고 감시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혹시 형에게 약점 잡힌 것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형의 뇌물을 같이 먹은 적은 혹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노 전 대통령을 보면서 생각나는 군자를 떠올린다.
진중자(陣仲子)는 제(齊)나라 사람이다. 그의 형 진대(陳戴)가 합땅에서 받는 봉록이 만종이나 되었는데, 진중자는 이를 불의(不義)라고 생각하고 형의 집도 불의로운 집이라 하여 처자를 데리고 초(楚)나라 오릉에 살면서 스스로 ‘오릉중자(於陵仲子)’라고 불렀다.
빈궁했지만 구차하게 구하지 않았으며, 의롭지 못한 음식은 먹지 않았다. 사흘 동안 굶다가 간신히 기어가서 우물가의 오얏 열매 속에 들어 있는 벌레까지 먹었는데, 세 번 삼키고 나서야 앞을 볼 수 있었다.
그 자신은 직접 신발을 짜고 부인은 직접 옷을 짜서 입을 것, 먹을 것과 바꾸었다. 초나라 왕은 그가 어질다는 소문을 듣고 재상으로 삼고자 하여 사신을 보내 황금 이천냥을 가지고 오릉으로 가서 진중자를 초빙하도록 하였다.
이에 진중자는 집으로 들어가서 부인에게 말하였다. “초나라 왕이 나를 재상으로 삼고자 하는데, 오늘 재상이 되면 내일엔 성대한 수레를 타고 앞에 수많은 진수성찬을 늘어놓고 먹을 텐데 괜찮다고 생각하오?” 그러자 부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 왼쪽엔 가야금 있고 오른쪽엔 책이 있으니 즐거움은 그 가운데에 있습니다. 성대한 수레를 탄다 하더라도 편안한 것은 두 무릎을 들여놓을 만한 공간에 불과하고, 앞에 수많은 진수성찬을 늘어놓고 먹는다 하더라도 맛있는 것은 고기 한 점에 불과합니다. 지금 무릎을 들여놓을 만한 공간의 편안함과 고기 한 점의 맛 때문에 초나라의 근심을 떠안게 된다면, 어지러운 세상에는 해로움이 많은지라 당신이 목숨을 보전하지 못할까 염려됩니다.” 그리하여 진중자는 나가서 사신에게 사양의 뜻을 전하였다. 그리고는 마침내 함께 도망가서 다른 사람을 위해 밭에 물 대주는 일을 하며 살았다.
어느 때 그는 형의 집에 들려 누군가가 형에게 뇌물로 거위를 보내온 걸 보게 되었다. 청렴한 그로서는 선물을 받는 형이나 선물을 보낸 사람이나 모두 한탄스러워 했는데, 무심코 어머니가 내주는 거위 요리를 받아먹고는 그 거위 요리가 형이 선물로 받은 거위임을 알고는 모두 토해 버렸다.
맹자는 이러한 진중자를 두고 “중자 같은 사람은 지렁이가 된 뒤에야 비로소 그 지조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한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에는 진중자 같은 군자는 없는 것인가? 이렇게 지독하게 지조를 지키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올바른 도리가 무엇인지는 알기를 바란다. 고려시대 진화는 진중자의 이 이야기를 읽고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口適何煩食萬錢 <구적하번식만전> 입에 맞는다고 어찌 남의 많은 돈을 함부로 먹겠는가
身安可以謝重氈 <신안가이사중전> 몸이 편안한 두꺼운 담요도 사양할 수 있다네
一言坐却百金使 <일언좌각백금사> 한마디 말로 그 자리서 백금을 안고 온 사신을 물리치니
須信先生妻更賢 <수신선생처경현> 모름지기 진실로 선생의 아내가 더욱 현명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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